오하은
Haeun Oh
개인전
2022
2024
2024 <너는 나를 욕망하고, 나는 나를 지워내고> 박서보재단 26SQM
단체전
2024 <신체정원> 경기문화재단 공간미학
2024
2023 <분=위기> 스페이스 미라주
2023 <어느정도 예술 공동체: 부기우기 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2023
Alternative Archive
2022 <나비사냥> 논밭갤러리
2017
학 력
2022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석사 졸업
2018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학사 졸업
그때엔 정기적으로 청력 검사를 받았다. 검사 때마다 썼던 헤드폰에서는 바다, 하늘, 가을과 같은 2음절 단어들이 흘러나왔다. 언젠가 당신이 내게 ‘바다’를 말하는데 그 소리를 듣지 못해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하고, 그저 당신의 눈만 바라보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될 미래를 상상했다. 이런 나를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그때부터 당신의 모습이 내 세계의 모든 소리가 되는 것을 상상하게 되었다.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아름다운 장면들을 머릿속에서 파운드 푸티지처럼 이어가며, 기억과 상상이 뒤섞여 현실과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끝없는 영원을 상상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돌아온 일상은 전염병으로 달라져 있었다. 직접 만나는 일은 화면 속 파편화된 단편 영상들-파운드 푸티지-로 대체되었고, 불확실한 하루하루가 반복되었다. 그 불확실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내 곁에 앉은 이의 체온과 무게뿐이었다. 그 감각에 의지하며 수없이 머릿속을 맴돌던 기억과 상상의 장면들은 현실과의 경계가 흐려진 채, 낡고도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를 캔버스에 옮겨 아날로그한 물성을 만들어 내고 공간안에 파운드 푸티지하는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작업은 청력 검사 때 들었던 2음절 단어처럼 임의적이지만, 그 안에 잠재성과 가상성을 품고 있다. 각 작업은 절기가 돌아오듯 반복되는 작가의 정동을 담아 절기의 이름을 따르고, 24개의 절기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디스플레이 과정에서 하나 이상의 작업이 맞닿을 때는 절기의 이름 대신 태양의 각도를 더해 캡션에 표기한다. 분할된 화면과 얽힌 디스플레이는 작품을 단순한 기호가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매개체로 남기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