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ming Layer》

‘나’라는 장소

   우리는 종종 혼자가 된다. 그러나 혼자란 함께하던 것들의 부재가 아니다. 단순히 물리적 고립이 아니라 ‘나’의
외부로 향해 있던 시선이 거꾸로 향하며 내 안의 장소를 바라보는 응시의 순간이다. 바로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나 자신을 느낀다. 고독이란 장소에서 우리는 자신을 뾰족한 조각처럼 느낀다. 불완전하며 그자체로 끊임없이
흩어지는 유리 파편처럼 존재는 우리 자신을 할퀸다. 그 고독의 장소에서 주유진과 오하은, 두 작가는 홀로인
존재들을 들여다보며 그 순간을 화폭에 담아낸다. 그들의 그림은 혼자인 존재를 품어주는 가상의 세계이자,
살아있음이 더 생생해지는 감각의 세계이기도 하다.

   주유진의 그림 속에서 ‘혼자’라는 상태는 풍경의 온도를 가진다. 그는 종종 그림 안에 사람이 혼자 있는 형상을
그리며, 그 사람을 감싸는 더 큰 풍경을 그린다. 이 그림 속에서 혼자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장소이자, 사랑하는
이들을 감싸는 따뜻한 보호의 공간이 된다. 그가 그려낸 세계는 빛과 수평선의 경계에서 아득히 물들어가며,
“혼자일 때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있다. 발화지를 알 수 없는 따뜻한 온기가 그곳을 채운다. 그
온기는 고독 속에서 홀로인 누군가를 포근하게 감싸며, 그가 잠시라도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장소로 초대한다.
    
   오하은은 또 다른 경계로 우리를 이끈다. 그의 작품은 사라져가는 소리와 침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루어진다. 아득함이 얽힌 지점, 마치 무엇인가가 사라지려는 순간에 우리는 그것을 붙잡을 수 있는지 묻는
듯하다. “감각이 사라져갈 때, 우리는 무엇을 붙들어야 할까?” 오하은은 그 감각이 사라지기 전에, 기존의 신체적
요소를 새롭게 재구성하며 공허 속에서 기댈 지점을 만들어낸다. 확대된 신체는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감각이며, 고독 속에서 그 공허를 견디는 이들에게, 자신을 붙잡을 수 있는 인식을 일깨우며 위로를 건넨다.

"나는 나 자신의 피난처이다.(Eu sou meu próprio refúgio.)"

   페르난도 페소아는 혼자의 상태를 피난처로 비유했다. 두 작가 역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고독 속으로 피신하며,
내면의 위로를 찾고자 했을 것이다. 주유진의 작품 속에서 혼자는 따뜻한 보호의 세계로 초대되며, 그곳은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조용한 장소가 된다. 오하은은 사라져가는 감각의 경계에서, 존재의 흔적이 희미해질
때에도 의지할 수 있는 감각을 발견해낸다. 그들은 고독 속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순간을 그려내며, 공허를 새로운
여백으로 작동시키고 있다.









1.  Camouflage, 2024, Oh Haeun
2. Metamorphosis, 2024, Oh Haeun
3. Camouflage, 2024, Oh Haeun
4. 입춘, 2024, Oh Haeun
5. 입동, 2024, Oh Haeun
6. 입하, 2024, Oh Haeun
7. La plus que lente, 2022, Ju Yujin
8. The Day You Think the World Has Ended, 2023, Ju Yujin
9. The Chatter has Ceased, 2022, Ju Yujin
10. My Soul Too Sings the Songs of the Beloved, 2023, Ju Yujin
11. Breathing in the distant, warm fog, 2022, Ju Yujin
12. je vous fais chaque soir un solennel adieu, 2022, Ju Yujin
13. Camouflage, 2023

14. Camouflage, 2023, Oh Haeun
15. Camouflage, 2023, Oh Haeun
16. Camouflage, 2024, Oh Haeun
17. Camouflage, 2024, Oh Haeun
18. Camouflage, 2023, Oh Haeun
19. 갈라테이아, 2024, Oh Haeun
20. I am the Light, 2022, Ju Yujin
21. I Crave the Pale and Pure Indifference of the Insensitive Moon, 2023, Ju Yujin
22. We are dreaming the same moon, 2023, Ju Yujin
23. 그때부터는 단지 햇살이, 향기가, 색깔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되었다. 2023, Ju Yujin
24. Summer has ended, and they knew it was the most beautiful summer of their lives, 2023, Ju Yujin
25. 이것이 우리였고,이것이 우리가 시도한 사랑이며, 2023, Ju Yujin
26. 사랑은 우연으로 만들어진 신뢰다. 2023,  Ju Yujin

27. Moment-이케바나, 2024, Oh Haeun
28. 계단을내려오는, 2024, Oh Haeun
29. Camouflage, 2023, Oh Haeun
30. Only Now Do the Songs of the Beloved Awaken from their Slumber, 2023, Ju Yujin
31. My Soul Too Sings the Songs of the Beloved, 2023, Ju Yujin